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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가면을 통한 인간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성찰


                                                                                                                                         윤진섭(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지난 2006년 금호미술관에서 가진 조각 개인전 이후 이철희는 인간과 환경, 그리고 문명이라고 하는 자신의 일관된 주제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왔다. 국내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화단에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그는 그것의 전초 단계로서 이번 <마니프>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출품작들은 지난 번 금호미술관 개인전 이후에 새롭게 모색해 온 주제에 입각한 것으로서 환경이나 문명 쪽보다는 인간의 문제에 더 큰 무게의

중심을 싣고 있어서 주목된다. 환경에 대한 문제가 두드러진 주제였던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 경향에서 서서히 벗어나 인간에 대한 문제로 선회한 이래 이철희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였다. 그 특유의 조립형 인간, 즉 로봇을 연상시키는 신체 구조에 T.V 모니터가 부착된 머리를 지닌 인간의 형상을 통해 정보화 사회에서 늘 감시와 통제를 당하는 인간의 비극적 상황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2006년의 금호미술관

개인전은 약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이철희가 조각 작품만으로 꾸민 전시회였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비로소 조각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여섯 점의 대작이 출품된 이 개인전은 앞서 언급했던 세 개의 주제를 인체라는 소재에 집약시킨, 작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야심에 찬 전시회였다. 이철희의 이번 개인전 출품작들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것이다. <골드 페르소나(Gold Persona)>라는 명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페르소나라는 말은 원래 연극의 배우들이 사용하는 탈에서 유래한다. 탈에 표현된 표정과 그 뒤에 숨겨진 배우의 얼굴이 다르듯이, 현대인에게는 사회적 존재로서 갖춰야 할 얼굴과 본래의 자아가 담긴 얼굴이 있게 마련이다. 사회적 얼굴에 가려진 인간의 본래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가 않는다. 이철희는 인간이 지닌 이 이중성과 익명성을 주제로 퍼즐의 조각을 기본 컨셉트로 한 인간의 얼굴을 조형화한다. 중성적이며 아름다운 얼굴을 순금(gold)과 브론즈(bronze)의 재질적 변화와 퍼즐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욕망을 조형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작업노트)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퍼즐 조각으로 구성된 인간의 가면이다. 순금으로 도금된 번들거리는 인간의 얼굴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닮았다. 비키니를 입은 여인의 토르소가 상징하는 성적 욕망은 돈과 권력에 필연적으로 유착되는 남성중심주의 사회나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이철희는 인체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이 삼자 간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는 신체의 일부를 붕대나 us달러동전으로 가린 것 들도 있다. 이는 여성성을 강조한 작품들과는 달리 일말의 비장감과 도회적 욕망을 풍기고 있어 주목된다. 공통적인 것은 여기에도 역시 퍼즐 조각으로 구성된 가면이 부착돼 있다는 점이다. 가면은 여성의 신체가 가져다 주는 이 서로 상반된 느낌을 해석하는 통로와 같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가면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철희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가면을 순금으로 제작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으나, 사정 상 이러한 계획은 철회되고 그 대신 금도금 이나 칼라코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순금으로 가면을 제작하려고 했던 그의 발상은 일견 값비싼 다이아몬드로 해골을 장식한 데미안 허스트의 근작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금 자체는 한편으로 생각할 때, 부나 경제적 가치의 상징보다는 순수한 미적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그로테스크’라는 미적 범주보다는 가면에서 풍기는 비장미 혹은 애조를 띤 우수미의 범주에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화려한 신분상승 을 꿈꾸는 인간의 내면,인간이 신분과 직책에 맞는 이미지 연출 하는 것을  페르소나(가면)를 쓰는 것으로 보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알고 보면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철희는 이번에 중국 위안화 지폐에 먼로를 그리거나 ,달러 지체에 우리나라 가수를 그리고 사회적 명사나 유명인에게 가면을 씌우는 일종의 풍자적 회화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새롭게 시도하는 이 작품이 이후에 전개될 작업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지사항
번호 제목 등록일
6 [Criticism] 이철희의 작품세계 2014.10.10
5 [Text] 블랙홀 패턴의 작품의 탄생 2014.10.06
4 [Text] 파이프 작업에 관하여 2014.10.06
3 [Criticism] 가면을 통한 인간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성찰 2014.09.30
2 [Article] 매일경제 2014.09.30
1 [Article] 예술의전당 이철희 ‘Winner’s face’전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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